[스타트업이슈]집무실 김성민, 정형석 대표 인터뷰

202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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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김성민: 쾌적하고 근사한 집 근처 공유 오피스 ‘집무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집무실 사업을 진행하는 알리콘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정형석: 온라인 비즈니스 네트워킹 서비스 플랫폼인 로켓펀치와 브랜드 개발 에이전시 엔스파이어가 합병해 알리콘이 됐다. 나는 엔스파이어의 대표로 집무실의 크리에이티브 분야 전반을 총괄한다.

이미 자리 잡은 공유 오피스 기업들이 있는데, 지금 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 많다. 국내 임차료 시장은 70조에 달한다. 그중 공유 오피스가 차지하는 건 1퍼센트에 불과하다. 기존 공유 오피스와 차별화된 콘셉트로 뛰어들었다. 시내에 입주한 도심형 공유 오피스와 달리, 우리는 원격 근무 확산을 내다보고 집 근처의 개인용 오피스를 만들고자 한다.
정: 사실 엔스파이어는 이미 2016년에 집무실이라는 상표를 등록해 둔 상태였다. 이상적인 업무 공간은 어때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그 고민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싶었다.

2016년에 떠올린 아이디어는 어떤 것이었나?
김: 코워킹 스페이스가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는데,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니 개인적으로는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기획하고 싶더라. 나는 카페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데, 근사하고 예쁜 공간에서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공략한 서비스를 만들면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 우리 둘 다 일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루에 열 시간이 넘게 일을 하는데, 이왕이면 좋은 공간에서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대적, 사회적 맥락이나 비즈니스적인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평소 일하는 스타일이나 니즈에서 시작된 브랜드인 거다.

그때 구상한 아이디어가 올해 실현된 건가?
김: 로켓펀치와의 만남으로 빠르게 실현됐다. 로켓펀치는 2015년부터 전 직원이 원격으로 일해 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업무 공간을 만들어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다만 그 시기는 20~30년 후로 예상했다고 하더라. 원격으로 일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는 시기는 한참 뒤일 거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그 시기가 확 당겨졌다. 너도 나도 익숙하지 않은 툴을 도입하면서까지 분산 원격 업무를 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멀리 있던 로드맵 상의 지점을 당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정: 사업의 기회는 포착됐는데, 그걸 자체적으로 풀 수 없어 협업체를 찾던 중 우리와 만나게 됐다. 함께하면 시너지가 클 거라 생각했다. 서로의 방향을 공유한 뒤 세 시간 만에 합병을 결정했다.

그 정도로 확신이 있었나?
김: 각자의 고민과 경험에서 시너지가 났다. 로켓펀치는 6년 넘게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고, ‘해보니 되더라’ 하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8년 동안 공간 관련 사업을 하며 근사한 일터를 만들고 싶었다. 각자의 확신과 믿음이 서로에게 전이되니 추진력이 생기더라.
정: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팀원들도 준비돼 있었다. 특히 로켓펀치에 개발 인력이 많아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바로 만들고, 통합 시스템 개발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일하는 데 멋진 공간이 그렇게 중요한가?
김: 개인의 행복, 삶의 충만함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지 않나. 업무 환경의 변화는 분명히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멋진 공간에 나를 두면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고, 버는 돈이 크게 많아지는 게 아닌데도 삶이 더 나아지는 느낌이 든다.
정: 그렇다고 시공 비용이 엄청 비싸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돈을 적게 들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노하우들이 축적되다 보니 힘을 줘야 하는 부분과 빼야 하는 부분이 보였다. 강약 조절을 잘하며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어떻게 절약했나?
정: 파티션을 없애면서 비용과 시간을 많이 절감했다. 공간이 분할되면 소리, 공간, 냉난방 등 설치해야 할 요소가 많아진다. 외적으로는 공간 자체가 최대한 반듯한 곳을 찾아 기존의 구조를 많이 해치지 않는 선에서 활용하려고 한다.

워크 모듈도 새로 만들었다.
김: 로켓펀치와 엔스파이어 직원들의 성향과 업무 특성을 잘 살펴봤다. 로켓펀치에는 개발자분들이 많은데,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원하더라. 그런 성향을 반영해 ‘케이브’ 모델을 만들었다. 나는 정반대였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이 오가는 걸 봐야 덜 외롭게 일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네스트’ 모델을 만들었고, 양 모델의 절충안인 ‘하이브’ 모델도 만들었다. 기본 줄기는 세 개로 두고, 지점마다 버전 업을 할 예정이다.

앞으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뀔 거라 생각하나?
김: 출퇴근 없이 일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거다. 100퍼센트 재택근무가 아니더라도 주 2~3일의 유연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의 솔루션은 집 근처에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집 근처 분산 오피스가 많아지면 중심 업무 지구의 인프라가 분산되고 지역 상권도 활성화될 거다. 그러다 보면 기존의 주거지와 다른 형태의 집 근처 환경이 조성될 거라 생각한다.
정: 코로나 이후 트위터가 100퍼센트 원격 근무를 하겠다고 했다. 이건 단순히 일하는 방식을 바꿨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유능한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유능한 개발자들은 굳이 출퇴근에 얽매이며 국내 기업에서 일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세계가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인재를 얻기 위해 다양한 근무 형태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집 근처의 공유 오피스를 표방하는데 정동에 1호점을 연 이유가 궁금하다.
김: 비즈니스 성격을 보여 주려면 잠실 같은 주거지로 들어가야 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공간 경험을 최대치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플래그십 형태의 공간도 필요했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우리의 콘셉트를 증명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와 예쁘다, 저기서 일하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정: 플래그십의 위치를 선정할 때는 교통의 이점을 따졌다.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엔스파이어의 사무실과 가까운 곳이면서도 사람들이 모이기에 쉬운 곳이어야 했다. 시청 쪽이라면 기준에 훌륭하게 부합할 거라 생각했다.

사무실이 조용한 편이다. 교류를 중시하는 공유 오피스도 많은데, 집무실은 어떤 네트워킹을 구상하나?
김: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차분하고 조용한 공유 오피스를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하고 싶다. 조용한 독서실의 데시벨이 40정도고, 통화해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데시벨은 70정도다. 우리는 70정도를 지향한다. 화상 회의를 하거나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환경이다.
정: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추구한다. 로켓펀치와 연동된 어플에 집무실 회원들의 프로필을 보고 DM(Direct Message)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일을 기반으로 가볍게 웹상에서 이야기하며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네트워킹 자체를 지향하기보다는 업무 중 리프레쉬를 할 수 있는 정도의 경험을 만들 것이다.

‘성수연방’, ‘안녕인사동’ 등 감각적인 공간 기획 프로젝트를 해왔다. 진행할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김: 사업적 역량을 본다.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요소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른 부분들을 살핀다. 예를 들면 성수연방은 공간을 바라보고 사업을 전개하는 감각이 있었다.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흥미도 컸다. 자급자족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초기 콘셉트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걸 브랜딩으로 풀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안녕인사동은 참여 주체들이 든든했다. 인사동을 활성화시키자는 큰 목표를 이뤄 가는 건 개인 단위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정: 비즈니스 모델에 특장점이 있고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브랜드 요소를 잘 활용해서 운영할 수 있는지를 본다. 그 두 가지가 잘 맞물릴 때 브랜드가 성장하는 것 같다. 아무리 예쁘게 만든다고 해도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더라.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안목은 어떻게 기르나?
김: 많이 간다. 가고 싶은 곳들을 많이 저장해 두고 꼭 가본다. 직접 가야만 디테일이 보인다. 관찰한 디테일을 채집하고 다음 공간을 만들 때 어떻게 쓸지 기록해 둔다.
정: 많이 봐야만 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걸 좋아한다. 어떤 공간 속 나의 일상을 상상한다. 어떤 일상을 살고 싶은지 상상하면서 그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을 함께 상상하다 보면 좋은 공간을 찾고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일과 쉼의 관계가 명확한 편인가?
김: 경계가 없다. 3년 정도 제약 회사의 브랜드 매니저로 직장 생활을 했는데, 일과 삶이 극명하게 나뉘는 게 싫었다. 경계가 명확한 삶이 싫어 지금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일과 삶이 하나가 된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불만을 가지기도 하지만, 나는 이 삶이 행복하다.
정: 마찬가지로 일이 쉼이고 쉼이 일이다. 쉬는 시간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나로 최적화하는 시간이다. 책도 읽고 명상도 한다. 생각을 해야 할 때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는 거다. 일을 통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포착하고 나만의 시간에 그 부분을 채우는 사이클이다. 그렇게 성장해 가는 나를 보는 게 좋더라. 그릇이 커지고 단단해지는 것 같다.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나?
김: 엔스파이어 때는 집중해서 해야 할 때 하고 푹 쉬는 게 가능했다면, 지금은 미팅이나 일정이 많아 잘게 쪼개지 않으면 전체 사업이 어그러질 수 있다. 많이 쪼개고 우선순위가 뭔지 열심히 고민한다.
정: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들은 따로 메모해 놓고 잊는다. 고민하고 액션을 취해야 할 때만 생각하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김: 나는 머무는 공간, 시간을 보내는 곳이 곧 나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경험을 널리 전하고 싶다. 백 개의 지점을 만든다면 그중 열 군데 정도는 나의 취향이 녹아 있는 플래그십을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면 양양에 서퍼들을 위한 집무실을 만들어서 리프레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멋지고 이상적인 삶과 경험이 가능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체험시켜 주고 싶다.
정: 나를 통해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으면 좋겠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공간을 기획하는 일이니까, 이 일을 통해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것을 추천해 달라.
김: 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기획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상상력의 범위를 넓혀 주는 콘텐츠다. 이 시리즈의 기획자들은 시청자들이 해당 에피소드가 불편하다며 인상을 찌푸리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만큼 상상력의 한계를 넘는 자극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술과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정: 피터 디아만디스와 스티븐 코틀러의 《볼드》를 추천한다.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인 기술의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첨단 기술이 발전했을 때, 풍요로운 삶을 모두가 누리게 됐을 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최정은 에디터

출처 북저널리즘 https://mailchi.mp/bookjournalism/179?e=ed60e127cf